석양(夕陽) 억울한 건 아닌데 석양빛에서 눈을 돌릴 수 없네. 바닷가 물 뒤 어둠이 걸려 있는데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밀려오네. 그리워하며 밀려오는 포말은 인생 저기에서 밀려오는가 나뭇가지 흔들리는 시간에서 밀려오는가 억울한 건 아닌데 풀잎이 끝도 없이 흔들리네. 저기에서부터 흔들리는 것인가 석양빛 어스름에 흔들리는 것인가 흔들리는 그 끝이 보이지 않네. 인생 저리로 가서 흔들리네 인생이 병신인가 병신이 인생인가 바닷가 물소리는 그늘 속에서 첨벙거리는데 내 다리는 어디에 있나, 저리로 간 것은 저리로 간 것이고 어디에 있는 발자국인가, 시간만 남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