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렌시아

눈의 무게

인천 주안 자동차 2021. 5. 31. 18:25

           눈의 무게

 

 

눈의 무게는, 겨울 저녁을 스치는 바람이다

찬바람이 지나가는 집들의 불빛과 담 사이를 지나는 시간이며

눈이 내려 얼어버린 골목길 위에

눈 위로 불어가는 바람 위에,

얼어버린 눈길 위에, 먼 눈길같은 길에 있다.

저녁을 지나가는 찬바람은 불빛과 어둠을 넘나들며 너울거리는데

지나보면 어두운 그때 한때였는데,

왜 길이 멀었던 걸까

 

눈의 무게 위에, 어스름은 흔들리고 저녁은 추위 속에 파묻혀,

저 가벼운 눈의 무게 위에,

저 가벼운 눈의 무게 위에, 하얀 꿈 위에 가벼움도 흘러간다.

어쩔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흘러간다.

저 가벼운 눈의 무게 위에 , 경계없는 저녁 나뭇가지가 흔들리는데

아 눈의 하이얀 무게여,

흘러가는 눈이여,

 

하이얀 눈의 무게 위에, 추위에 떨고 있는 것들이여,

가늠없는 어둠은 어디로 떨어질지 그 가는 곳과 시간을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어둠은 어둠 속에 떨고 있는 추위가, 바람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어둠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의 무게는 고개를 떨군 바닥 위에 있는지도 모른다

왜 그때 그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을 갔었는지, 그 다른 길이 여기까지 나를 끌고 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내 지나온 생애도 말없이 앞으로 밀려온 것일까

밀려가는 그 길가에서 어느 한때의 아름다움을 생각해오던 것일까.

어느 한때의 복숭아 잎파리에 흩날리던 햇빛을 그리워했던 것일까,

시간들은 바람의 통로를 지나치고

잃어버린 것들은 헤매인채로

눈 위로 바람이 지나치지만,

눈의 무게 위에서, 바람은 눈의 하얀 빛을 스치지만

잊혀진 말없음에도 바람이 스치는가

아픔을 파고드는 추위만 있는가

파아란 눈빛에 스치는 찬바람은

찬바람에 흘러가는 형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둠인가 어둠속의 너울거림인가

눈의 무게 위로 스치는 바람은.

'퀘렌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양(夕陽)  (0) 2021.10.13
양재역에서  (0) 2021.10.13
망각은 없다  (0) 2021.01.01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 파블로 네루다.  (0) 2021.01.01
버리지는 않았으리  (0)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