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由1
1.
포플라나무 잎사귀가 흔들리는건 理由가 있어서가 아닙니다.포플라나무 잎사귀가 왜, 그때, 흔들렸는지 모릅니다.
단지, 그때. 바로 그때, 그 나뭇가지에 바람이 불어가고 있었을 뿐 입니다.
오늘 理由가 없는 것은 내일도 理由없음 입니다. 또 12月이 오고, 한해가 가고, 쓸쓸해집니다 . 理由도 목적도 없이. 그때, 흔들리는 그때, 눈동자, 떨어지던 그때.... 그때,
골목 골목 나뭇잎사귀에 비치고 , 걸어가면서 내일의 시각을 걱정하며, 구비구비 골 패인 주름살 속,
나뭇잎사귀가 당신의 귓가에서 팔랑거릴때 ,
젖혀지는 잎사귀 뒷면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잎사귀가 펄럭 거릴때마다 당신은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가 또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나뭇잎사귀 뒷면에 당신이 있음을 압니다. 나무 아래에서 어두운 저녁 거리에서 고민하며 울고 있는 영혼의 울음이 나뭇잎사귀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나뭇잎사귀가 떨어지고 나뭇잎사귀가 흩어질 때마다 당신이 생각나고, 쓸쓸해지고, 오랫동안 계속되는 춥고 어두운 冬止가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나뭇잎사귀 속으로 당신은 걸어들어 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거기에 있습니다. 어느날 문득 연락이 끊긴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살아가면서 어느날 문득 그리워지는 ,바람이 쓸쓸하게 부는날 , 혼자서만 욕심껏 살아가던 일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時間.... 잎맥속의 길들이 언뜻언뜻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던 길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다가는 ,무섭게 느껴지고, 또 금시 사라지고.... 당신이 고민과 살아갈 생계 때문에 걱정하며 헤매이고 난 한참 후에야 그리고 당신을 걱정하고 난 한참 후에 또 그러구나서도 또 한참후에야 당신과의 연락이 끊기고.... 우연히 큰 바람 불때 흩날리며 떠밀려가는 잎사귀가 바람에 젖혀질때 아 ,당신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당신이 잎사귀 속으로 떠나고 난 뒤 한참 후에 가끔 큰 바람이 불 때 잎사귀들이 일제히 흔들리면 당신이 생각납니다.
고함소리도 들리고, 걱정을 안고 헤매이는 당신의 걸음걸이도 저녁 어둠 속에 보입니다.
이파리가 흔들릴때 영혼이 우는 것인지 영혼의 울음이 이파리들을 흔드는 것인지 나는 아직 모릅니다.
포플라나무 잎사귀가 흔들리는건 理由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때, 바로 그때, 그 나뭇가지에 바람이 불어 가고 있었던 것 뿐 입니다.
봄날 불지르다
유영금
머리칼에
신나를 바르고
성냥을 그어댄다
지글지글 타는 두개골
냄새의 찌꺼기가
봄날을 꽝 닫는다
누가
나를 맛있게 먹어다오
살아내기4
유영금
슬픔을 빨아 맑은 하늘에 널면
구름 사이로 펄럭이는 슬픔 자락들
햇살 보다 눈부시다
해질 무렵
보송보송한 슬픔을 걷어
서랍 깊이 넣어둔다
우기의 나날에도
곰팡이가 피지 않게
나프탈렌 몇 알과,
나도 꽃으로 / 유영금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혹스럽게 부드럽게
휘감아 오는 누가 있어 돌아보니
하늘가 수런거리는 햇살 이더군.
귓부리를 물고 속삭였지
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 죽도록 필게.
희망에게
유영금
믿지 않는다
네게로부터 버림받았음을
기억하지도 않겠다
나를 놓아 버리던 너의 잔인한 눈빛을
그러나 환장할 것 같은 하늘이 있어
그 하늘 아래서
네 손아귀에 휘둘리던 머리채를 눕히고
너를 기다리겠다
오지 않아도 좋아, 기다리기만 하겠다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유죄라면
무기수라도 괜찮아
구메밥 사발이나 핥다
떠나간 너로부터 서서히 살해되겠다
--- 최승자 시인의 시어에도 처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 섬뜩한데, 유영자 시인의 시어에도 처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처절한 마음이 읽는 사람에게도 전달이 되니 처절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본다. 최승자 시인은 그 이후에 철학적인 면이 많이 보이는데, 유영자 시인은 어디로 나아갈지 미지수다. 유영자 시인은 처절한 마음을 독자적인 철학으로까지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독자적인 철학은 실패할 확률이 99%이다. 실패를 감수하지 않으면 자기만의 철학을 가질 수 없다. 시인이 자신의 진실에 충실하다면 그것이 독자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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