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교언영색이라 한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며 다른 사람들을 상대한다는 것이다. 친구를 상대할 때도, 이웃을 상대할 때도, 직장의 동료를 상대할 때도, 영업할 때도 꾸민다는 것이다. 시를 쓸때도 누가 어떻게 볼까 염려하고 꾸미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꾸민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내 영혼이 없는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된다. 하물며 인간의 영혼을 생각하는 시에서는 꾸민다는 것은 극도로 절제하고 거듭 생각해야 할 일이다. 수녀님의 시는 꾸밈보다는 따뜻하고, 맑고, 깨끗한 마음이 먼저 다가오고 그것이 전부이다. 자신의 그 영혼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싶어한다.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6월엔 내가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모기.
내가 헤매일 때, 나의 외로움 속에서 내 신경을 자극하며 날아다니는 건 모기 하나였다.
나의 공간에서 그 공간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건
외로운 침묵 사이로 날아다니는 건, 단 하나
모기였다.
왜 모기가 가을을 날아다니는지,
침묵 속을 날아다니는지,
시대의 침묵은 안다.
왜 모기를 날아다니게 했는지, 시대의 침묵은 안다.
왜 모기가 時代 위에서 저 멀리있는 시대까지 날아가는지 ,
가을 바람이 어디로 사라져 가는지,
2.
한 세계에서 다른 그 어떤 세계로 날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는 것은 가능한가,
상상에 自由가 있는 것이라면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는 것은 어디까지 뻗어나가는가.
가을 바람이 사라져 가는 시간을 보며 ,
상상에도 自由가 있는 것이라면,
망언妄言을 생각하며,
망언妄言을 생각하며,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가슴으로 삼켰던 말들은 어디쯤에 박혀 있는가?
강물 어디쯤에서 소용돌이치고있는가,
뱉지 못한 말들을 , 한숨들을 삼키며 강물이 흘러가는데, 강물위에 떨어진 도시의 불빛이 명멸하며 강물이 흘러가는데,
거울 속의 자화상처럼 소리없는 침묵속으로 가라앉아가는 내 말들은 어디를 헤매이고있나,
누구의 입속에 가라앉아 있나,
그대가 가고 있는 길은 내가 헤맸던 시간,
그대가 가고 있는 길은 침묵속으로 가라앉아가는 내 혀,
그대의 웃음은 나의 기쁨,
명랑하게 바람결에 재잘거리며 걷고있는 그대의 머리카락 속에
한 사내 침묵하고 있네.
'퀘렌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잎사귀, 장미, 민들레, 신경림 갈대 (0) | 2018.06.05 |
---|---|
하이네 시모음. (0) | 2018.06.04 |
푸슈킨 시모음 (0) | 2018.06.03 |
김영승 시모음 (0) | 2018.06.01 |
무애스님(조오현) 선시모음. (0) | 2018.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