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렌시아

푸슈킨 시모음

인천 주안 자동차 2018. 6. 3. 15:43


     시베리아에 보낸다

          / 푸쉬킨 --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히며 근대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그의 반역정신을 적대시하는 귀족들이 푸쓔킨의 아내 나탈리야가 부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날조된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푸시킨은 나탈리야가 바람을 피운다고 지목한 귀족과 부득이 결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이 결투에서 비운의 죽음을 당했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시베리아의광산 저 깊숙한 곳에서
의연히 견디어주게
참혹한 그대들의 노동도
드높은 사색의 노력도 헛되지 않을 것이네

불우하지만 지조 높은 애인도
어두운 지하에 숨어 있는 희망도
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나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은 오게 될 것이네

사랑과 우정은 그대들이 있는 곳까지
암울한 철문을 넘어 다다를 것이네
그대들 고역의 동굴에
내 자유의 목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쇠사슬에 떨어지고
감옥은 무너질 것이네 그리고 자유가
기꺼이 그대들을 입구에서 맞이하고

동지들도 그대들에게 검을 돌려줄 것이네





시베리아 깊은 광맥속에

제까브리스트 12월 혁명이후 유형간 사람들에게 보내는 시.


                

시베리아 깊은 광맥 속에

그대들의 드높은 자존심의 인내를 보존하소서


그대들의 비통한 노력과 높은 정신의 지향은

사라지지 않으리니.


불행의 신실한 누이,

희망은 암흑의 지하 속에서


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리니

그 날은 오리니:


사랑과 우정이 그대들에게 닿으리니

깜깜하게 닫힌 곳 빗장을 열고


지금 그대들의 감방 그 굴 속으로

나의 자유의 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사슬이 풀어지고

암흑의 방은 허물어지고 - 자유는


기쁨으로 그대들을 마중나오리니

그리고 형제들은 그대들에게 검은 건네리니.





          편지,



뜨거운 여름 한낮 그대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무도 받는 이 없는 편지를 보낸다.
무더운 여름 한 낮 나뭇잎사귀는 햇빛을 받아 찰랑이고,
바람에 실려 이름없는 곳으로 흔들리는데,
아무도 받는 이 없는 편지를 보낸다.
냉혹한 눈살에 말없이 뒤돌아서야만 했던 그대의 발걸음에 보낸다.
그대 앞에 닫힌 문 앞에 보낸다. 항의로서, 분노의 울부짖음으로서, 인권의 짓밟힘에 대한 추도로서,
그대에게 보낸다.
짓밟힌 시간의 틈에서 어두운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그대에게,
저녁 시간에게,
저녁 시간에 불어오는 바람에게,
바람에 섞여오는 그대의 믿음에게,
그리움에게,
그러나 지금은 받을 수 없는 편지, 시간의 간격앞에 서서....
받을 수 없는 편지이건만 한 글자 한 글자 불어가는 바람 앞에 쓰는 것은,
뜨거운 대지 위에 쓰는 것은,
대기 위에,
아득한 공간에 쓰는 것은,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쓰는 것이기 때문이며,
우주의 시각이 쓰는 것이기 때문이며....
말없는 아득한 공간 위에 쓰는 것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쉬킨 Alexsandr Pushkin 1799-183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
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또 지나간 것은
항상 그리워지는 법이니.





너와 당신

                                                /푸쉬킨

 

그녀가 무심코 당신이라는 공허한 호칭을

여보라는 친근함으로 불렀을 때

어리둥절해진 내 마음은

온갖 행복한 꿈들을 유발시켰다.

나는 그녀 앞에 서서 시선을 못 박고

깊은 상념에 잠겨

당신은 참 사랑스러워라고 말한다.

또한 진실로 그녀를 사랑한다고 느낀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푸쉬킨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랑으로 인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겠습니다.

 

 

슬퍼하는 당신의 모습을

절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말없이, 그리고 희망도 없이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때론 두려워서, 때론 질투심에 괴로워하며

오로지 당신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부디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신을 사랑하길 기도합니다.






    작은 꽃 하나

                                                      /푸쉬킨  

 






작은 꽃 하나 바싹 말라 향기를 잃고
책갈피 속에 잊혀져 있네

그것을 보니 갖가지 상상들로

어느새 내 마음 그득해지네


어디에서 피었을까? 언제?  어느 봄날에
?
오랫동안 피었을까? 누구 손에 꺾였을까
?
아는 사람 손일까? 모르는 사람 손일까
?
무엇 때문에 여기 끼워져 있나
?

무엇을 기념하려 했을까
?
사랑의 밀회일까? 숙명의 이별일까
?
아니면 고요한 들판, 숲 그늘 따라

호젓하게 산책하던 그 어느 순간일까
?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을까
?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
?
이미 그들도 시들어 버렸을까
?
이 이름 모를 작은 꽃처럼





       태워진 편지

                                               /푸슈킨



안녕, 사랑의 편지여 안녕.


그 사람이 이렇게 시킨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나는 주저하고 있었던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의 손은


모든 기쁨을 불에 맡기려고 맹세하였던가...


하지만 이제 지긋지긋하다.


시간이 찾아 왔다.


불타라, 사랑의 편지여!


나는 각오하고 있지,


마음은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지.


탐욕스런 불꽃은 벌써 너의 편지를 핥으려 한다...


이제 곧.

 활활 타올라 타올라 엷은 연기가 얽히면서


나의 기도와 더불어 사라져 간다.


이미 변치않을 마음을 맹세한


반지로 찍은 자국도 사라지고


녹기 시작한 봉랍이 끓는다...


오오, 신이여 일은 끝났다.


검어진 종이는 휘말리고 말았다.


지금은 가쁜한 재 위에


그 숨겨진 자국들이 새하얗게 남고...


내 가슴은 조여진다.


그리운 재여.


나의 애처로운 운명 위에


그나마 가련한 기쁨이여,


내 한탄의 가슴에 영원히 머물러라...







         떨어지는 한 개 잎사귀,



떨어지는 한 개 잎사귀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우주의 먼 길에서, 여기까지 
여기에 머문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잎사귀가 떨어지고 있다. 떨어지는 잎사귀의 파동은 공간을 흔들고, 나무 그늘을 만들고,
내가 생각하는 시간을 만든다.
우주는 멀리 있지만, 한 개 잎사귀에 내가 깃들어 있다.
계절이 깃들어 있고, 지나가는 시간도 깃들어 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추억은 흔들리며, 시간은 어둠 속에 묻혀있다. 잎사귀가 흔들리면 그 아래에서 헤매일 것이다.
지나가며 사라진다는 것이 지나친 추측이라면....

모든 죽어가는 것들은 소리없이 사라지지만, 그 파동도 사라지지만,




           


           목련.




하얀 목련 꽃 떨어지는 공간에 門이 있다.

들어서지 못한 門이 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의 門이 있다.

목련꽃이 떨어지며 떨고 있는 시간에 있다.

목련꽃 떨어지는 시간을 흔드는 바람에 門이 있다.

목련꽃을 흔들며 가는 그 바람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그 물음 속에 있다.

그 가라앉는 혀 속에,

門은 바람 위에 있다.

아무 것도 없는 바람 위에 門이 있다.

들어서지 못한 門이 있다.

바람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그대이기 때문인가

바람 위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수십년 긴 시간 위에 그대의 긴 시간 위에

지나온 세월이기 때문인가

바람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비어있는 것이 있기 때문인가.

나뭇가지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그대의 눈동자 끝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은

비어있는 것이 있기 때문.

바람결 위에,

입 밖에 꺼내지 못한 입 속의 혀,

말을 꺼내지 못한 그 시간,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의 그 시간 속에,

門은

들어서지 못한, 그 곳에

門은

들어서지 못한 그 곳에,

그 바람결에 휩쓸린, 바람결이 휩쓸고 간 그 바람길에,

바람길을 바라보는 막막한 심장에,

돌아서 앉은 막막한 그대의 침묵,

무엇이 있는가.

내 앞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비어있는 것이 있기 때문.

실개천이 땅위로 역경처럼 질척이며 흐르는 애달픈 그대의 세월에게,

그대는 아무말도 없지만, 그것은


의문이었을까.


후회만 남은 찌들은 그대가 가진,

들어서지 못한 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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