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열어 보아야, 어둠이다.
어둠일 뿐이다,
바람이 텃밭을 휘젓고 있을 뿐이다.
인생을 지나가는 바람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몰랐더냐,
어둠 곁에 흔들리는 텃밭, 기척도 없는 텃밭, 왜 개는 어둔 밤 짖어대는 것이냐
지나가는 바람은 작은 기억의 부스러기도 건드리지 않는다,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없다
건들고 가는 인연.
인생에 치인 인연.
잠시, 바람에 꾀였을 뿐이다.
꾀여, 구렁텅이에 헤맸을 뿐이다.
환청 속에 귀 기울였을 뿐이다.
어둔 밤에 짖는 개여!
지나가는 바람에 짖는 개여!
흙퍼먹는 인생은 짧구나,
민달팽이 / 김신용
냇가의 돌 위를
민달팽이가 기어간다
등에 짊어진 집도 없는 저것
보호색을 띈, 갑각의 패각 한 채 없는 저것
타액 같은, 미끌미끌한 분비물로 전신을 감싸고
알몸으로 느릿느릿 기어간다
햇살의 새끼손가락만 닿아도 말라 바스라질 것 같은
부드럽고 연한 피부, 무방비로 열어놓고
산책이라도 즐기고 있는 것인지
냇가의 돌침대 위에서 오수(午睡)라도 즐기고 싶은 것인지
걸으면서도 잠든 것 같은 보폭으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꼭 술통 속을 빠져나온 디오게네스처럼
물과 구름의 운행(運行) 따라 걷는 운수납행처럼
등에 짊어진 집, 세상에게 던져주고
입어도 벗은 것 같은 납의(納衣) 하나로 떠도는
그 우주율의 발걸음으로 느리게 느리게 걸어간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아내가 냇물에 씻고 있는 배추 잎사귀 하나를 알몸 위에 덮어주자
민달팽이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귀찮은 듯 얼른 나뭇잎 덮개를 빠져나가버린다
치워라, 그늘!
길 가는 자의 노래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 나나오 사카키
일 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할 수 있다.
십 미터 크기의 집 안에서는
편히 잠들 수 있고, 빗소리 또한 자장가처럼 들린다.
백 미터 크기의 밭에서는
농사를 짓고 염소를 키울 수 있다.
천 미터 크기의 골짜기에서는
땔감과 물과 약초와 버섯을 구할 수 있다.
십 킬로미터 크기의 삼림에서는
너구리, 찌르레기, 나비들과 뛰어놀 수 있고
백 킬로미터 크기의 산골 마을에서는
한가롭게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일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여름엔 남쪽의 산호초를 구경할 수 있고
겨울엔 북해에 떠다니는 얼음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일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지구의 어디로든 걸어갈 수 있으리라.
십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반짝이는 별들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고
백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더없이 환상적인 오렌지색 우주 공간에
동쪽엔 달이 떠 있고 서쪽엔 해가 떠 있을 것이다.
백억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고
일만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은하계가 봄날의 꽃처럼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백억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흰 벚꽃처럼 회오리치고 있으리라.
이제 천억 광년 크기의 원을 그려 보라.
그곳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조차 사라진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시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하게 되리라.
당신이 하지 않은 일들
- 작자 미상
내가 당신의 새 차를 몰고 나가 망가뜨린 날을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날 때릴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말했는데도 내가 억지로 해변에 끌고가 비를 맞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했잖아!" 하고 욕을 하리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당신을 질투나게 하려고 다른 남자들과 어울려 당신이 화가 났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떠나리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내가 오렌지 주스를 당신 차의 시트에 엎질렀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내게 소릴 지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깜박 잊고 당신에게 그 댄스 파티가 정식 무도회라는 걸 말해 주지 않아서
당신이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났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내게 절교를 선언할 줄 알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내 생각과는 달리 당신이 하지 않은 일이 참 많았어요.
당신은 나에 대해 인내했고 나를 사랑했으며 보호해 주었어요.
당신이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올 때 당신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들어 주세요
작자 미상
당신에게 무언가를 고백할 때,
그리고 곧바로 당신이 충고를 하기 시작할 때,
그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에게 무언가를 고백할 때,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당신이 말하기 시작할 때,
그 순간 당신은 내 감정을 무시한 것입니다.
당신에게 무언가를 고백할 때,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이
진정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느낀다면
이상하겠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기도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왜냐하면
하나님은 언제나 침묵하시고
어떤 충고도 하지 않으시며
일을 직접 해결해 주려고도 하지 않으시니까요.
하나님은 다만 우리의 기도를
말없이 듣고 계실 뿐,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를 믿으실 뿐이죠.
그러니 부탁입니다.
침묵 속에서 내 말을 귀기울여 들어 주세요.
만일 말하고 싶다면.
당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그러면 내가 당신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것을
약속합니다.
벚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15세기 일본 선승
벚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엔 벚꽃이 없다.
그러나 보라, 봄이 오면
얼마나 많은
벚꽃이 피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류시화
시월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한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삶을 불태우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이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때까지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빨리
내게서 멀어졌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여기, 거기, 그리고 모든 곳에
멀리, 언제나 더 멀리에
말해 봐
이 모든 것들 위로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아주 작은 행성에서
- 로렌스 콜린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당신이 서 있는 이 행성은
지구라는 이름을 가진
태양으로부터 세번째 행성.
아홉 개 행성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장 따뜻한.
당신이 걸음을 멈추고 서서
바라볼 수만 있다면
두 눈을 뜨고 있기만 하다면
당신은 보게 되리라.
세상 만물이 당신에게 하고 있는 일과
당신이 세상 만물에게 하고 있는 일을.
그때 당신은 알게 되리라.
이곳이 비록 작은 행성에 불과하지만
매우 아름답고
우주 공간에서 가장 멋진 장소라는 사실을.
이 행성 위를 거닐면서
보고,
관찰해 보라.
작지만 아름답고
작지만 멋진 곳
마치 하나의 물방울처럼.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 작자 미상(17세기 수녀)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어느 인디언 추장의 충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침 햇빛에 감사하라.
당신이 가진 생명과 힘에 대해
당신이 먹는 음식
생활의 즐거움에 대해 감사하라.
만일 당신이
감사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 잘못이다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 랭스톤 휴즈
아들아, 난 너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다는 걸.
계단에는 못도 떨어져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그리고 판자에는 구멍이 났지.
바닥엔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았다.
맨바닥이었어.
그러나 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다.
층계참에도 도달하고
모퉁이도 돌고
때로는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곳까지 올라갔지.
그러니 아들아, 너도 돌아서지 말아라.
계단 위에 주저앉지 말아라.
왜냐하면 넌 지금
약간 힘든 것일 뿐이니까.
너도 곧 그걸 알게 될 테니까.
지금 주저앉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얘야, 나도 아직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니까.
난 아직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지.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어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위대한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문
- 게리 스나이더
밤과 낮을 쉬지 않고 항해하는 어머니 지구에게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 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 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 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 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 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
그들은 머물렀다가는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도
또한 우리 안에 있기도 한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음악학교
나에게 노래가
하나 있었지. 바닷가의
짐승들, 오래된 숲 아래
작은 나라.
오늘밤 내 그 노래는
너를 침략하리라. 너의 여윈
몸 홀로 있음을 침략하리라.
바닷가, 내 작은
나라. 달팽이의 뿔이 가리키는
숲 아래 오래된 집.
나는 너에게 연필로
편지를 쓰다가 책상 밑에서
잠든다. 때묻은 소매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든다. 푸른 새.
그러는 사이에도 손톱은 자라고
바람은 지붕 위에 별들을
뿌린다. 강물은 쉬지 않고
거슬러오른다. 등불의 심지는
작아지고 점점 커져가는
내 그림자.
나무들 아래 내가 키우는
바닷짐승들
모여드는 나라. 나에게 노래가
하나 있었지. 다시는
못 부를 노래가.
누울 자리에 누워라, 숲의
새들의 저녁. 짐승들 잠들면
국경을 넘어가는 내
노래가 하나
있었지. 바닷가의 집,
침묵의 노래.
인디언 기도문
- 노란 종달새(수우족)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 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나딘 스테어(85세, 미국 켄터키 거주)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나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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