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없다 나더러 어디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 라고 말 할 밖 에. 돌들로 어두워진 땅이라든가 살아 있느라고 망가진 강에 대해 말 할 밖 에; 나는 다만 새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알고,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에 대해, 또는 울고 있는 내 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장소들이, 어찌하여 어떤 날이 다른 날에 이어지는 것일까? 어찌하여 검은 밤이 입 속에 모이는 것일까? 어찌하여 죽은 사람들이? 나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물는다면 나는 망가진 것들 얘기부터 할 밖에, 참 쓰라림도 많은 가구들, 흔히 썩어버린 큰 가축들, 그리고 내 괴로운 마음 얘기부터, 서로 엇갈린게 기억이 아니다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도, 눈물 젖은 얼굴들, 목에 댄 손가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