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는 않았으리.
목숨과 바꾸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면
바다의 파도는 저렇게 하얗게 부서지지 않았을걸.
목숨과 바꾸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면
기다려도 밀려오지 않는 저 파도가 허망하게 부서지지는 않았으리.
죽음과 바꾸고 싶은 시(詩)가 있다면
장미꽃이 저렇게 아름답게 피지는 않았으리
죽음과 바꾸고 싶은 시가 있었다면,
계절을 지나가는 바람이 장미앞에서 저렇게 흔들리지는 않았으리
장미 앞에서 바람이 흔들리는 건,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가 있을 때부터,
기다림이 패배로 끝났을때부터,
기다림의 문이 잊혀졌을때도,
장미꽃이 죽음처럼 아름다울 때도,
목숨과 바꾸고 싶은 시간이 있었다면
기다려도 지워져도 밀려오지 않는 파도와 바다에서
버릴 것 없는 인생을 버리지는 않았으리.
거리의 노숙자가 연주하는 피아노 음률이 저녁하는 아래
나뉘는 것은,
찾을 수 없는 어둠은 그 끝간데 없는
방황은, 갈 곳이 없는 어둠인 줄 알면서도
그 어둠에 휩싸이는
인생을 한송이 장미꽃의 매혹과 바꿀 수 있었다면
매혹과 죽음을 거래할 수 있었다면,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장미꽃이 필 수 있었다면,
바다의 파도가 저렇게 하얗게 포말로 허망하게 부서지지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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