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그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나리 나리 개나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꺽어 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 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꺽는다.
가는 비 온다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비.... 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간다
이를테면 빗방울과 장난을 치는 저 거위는
식탁에 오를 나날 따위엔 관심이 없다
나는 안다, 가는 비.... 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며
누구도 죽음에게 쉽사리 자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리는
가는 비....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민들레꽃은
민들레꽃은 민들레꽃이고 싶었다.
민들레꽃은 그대에게 흔들리고 싶었다.
사람이 사람이고 싶었던 것처럼
민들레꽃은 배고픔이 외로워진다는 것이 하늘에 흩날리는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바람이 언젠가 놓고 온 기억처럼 흩날린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배고픔이, 굶주림이, 흩날리는 것들이 세월의 날들을 지나쳐
내 가슴을 통과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민들레꽃은 민들레꽃이 아니거나, 젖어버린 민들레거나, 누구도 바라보지 않는
어느날 기억 속에 떨어진 민들레가 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민들레꽃은,
사람이 배고픈 사람과 굶주린 사람과 잊혀진 사람과, 버려진 세월 속에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민들레꽃이 바람 위에서 흔들리는 것은
바람 위에서 흔들리는 것은
바람 위에서 흔들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을
몰랐다.
바람 위에서 흔들리는 것은
다가올 날들 위에서도 흔들릴 것이란 걸
민들레는 모른채,
그대에게 흔들린다.
비
비는
오는 비는,
世上의 날들 위로 흩날리는 비는
그대의 고단한 이마 위로 가늘게 날리는
이승의 시간 위로 뿌옇게 날리는 살아, 살아
이승의 삶처럼 날리는 비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던가,
그대의 이마 위를 너머가는 그대의 세상을 너머가는 흩날리는 비는
아, 먼 하늘 멀리서 멀기만 한 세상처럼.
흔들리는 민들레꽃처럼
비가 내린다
그대는 이승의 세상을 너머가지만
툭툭,
어느 곳에 놓고 온 기억처럼 가는 비 흩날린다.
때로는 흔들리는 민들레꽃처럼
때로는 보는 이 먼 민들레꽃처럼,
흔들리며 너머가는 世上처럼
그대가 바라보는 시간처럼.
민들레꽃은
민들레꽃은 민들레꽃이고 싶었다.
민들레꽃은 그대에게 흔들리고 싶었다.
사람이 사람이고 싶었던 것처럼
민들레꽃은 배고픔이 외로워진다는 것이 하늘에 흩날리는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바람이 언젠가 놓고 온 기억처럼 흩날린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배고픔이, 굶주림이, 흩날리는 것들이 세월의 날들을 지나쳐
내 가슴을 통과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민들레꽃은 민들레꽃이 아니거나, 젖어버린 민들레거나 , 누구도 바라보지 않는
어느 날 기억 속에 떨어진 민들레가 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민들레꽃은 ,
사람이 배고픈 사람과 굶주린 사람과 , 버려진 세월 속에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민들레꽃이 바람 위에서 흔들리는 것은
바람 위에서 흔들리는것은
바람 위에서 흔들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을
몰랐다.
바람 위에서 흔들리는 것은
다가올 날들 위에서도 흔들릴 것이란 걸
민들레는 모른채,
그대에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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